1990 청주의 사진가들

2023년 한국 사진계는 어느 해 보다 전시가 많고, 특히 개인 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가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 사진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사진가들의 집중력 있는 실험적 활동도 끊임이 없다. 청주 역시 사진 발표가 호황인데 “예술곳간”, “사진공간 전하울” 등 사진 전문 갤러리가 생겨나며 80년대 조유성 작가가 운영했던 “영상화랑” 이후 40여년만에 사진 공간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휴관했던 청주 신미술관이 사진가에 의해 부활되며 사진이 미술의 불씨를 살리는 일도 만들었다. 더불어 지역 공공 전시 장소인 충북문화관, 한국공예관, 예술의전당, 청주문화원 등에서 거의 매주 사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충북사진사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98년 집필된 한국사진작가협회 충북지부의 기록물을 통해서이다. 이 책을 통해 사진가들의 지난날의 역사를 볼 수 있었는데 협회와 동아리 등 기관과 단체 중심의 역사로 이 시대 중요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책으로 묶인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진과 사진가의 이야기가 상당수 소외되어 사진 콘텐츠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청주시립미술관에서 김운기 작가를 조명하며 충북사진사는 사진가 중심의 역사 전개 요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언젠가 생길 충북의 사진 축제를 위해서도 다양한 사진가 발굴은 꼭 필요한 과제이다. 지역 외부의 시선에서 충북은 여전히 대표할 만한 사진가가 없는 사진의 불모지로 인식되곤 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하는지 여러 기획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날의 충북사진사는 외형적 형태를 강화하기 위해 상업, 취미 할 것 없이 사진이 사용된 거의 전 장르의 이야기를 포함시켜 사진사를 저술하였다. 다만 충북도 사진협회가 창립된지 50년이 되었고, 그간 많은 국내외 전시를 개최하며 얻은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제 작가 중심의 사진사를 만들어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첫번째 충북의 사진가로 김운기 작가가 신문 기자로 출발해 예술가가 되었다면 이후의 이야기는 어떤식으로 이어졌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1970년대 사진협회가 생겼고, 1980년대 이후 사진은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당시 사진 전문 기술서들이 출판되고, 특히 암실 기법에 대한 책과 전문 약품들이 보급되면서 작업실을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되었다. 이런 이야기는 여러 사진가의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부분으로 사진 기술에 데이터화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했던 시대였다.

1980년대 당시 사진에 자부심이 넘치던 차세대 사진가들이 모여 1990년 실버포토가 창립했다. 당대 다른 클럽과 확실히 다른점으로 사진의 차별화를 위해 순수성을 강조했고, 지도자를 두지 않아 자율성을 담보했다. 학예회식 발표에서 벗어나 공통의 주제를 선정해 각자의 방법으로 연구하고, 시각으로 보여주는 획기적인 표현의 변화도 있었고, 무엇보다 기획을 강조해 사진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시도했던 다양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회원 증진을 위해 애쓰기보다 사진의 전문성을 추구하기 위해 애썼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회원을 단순 사진 애호가들로 구성한 것이 아닌 사진전공, 방송국, 신문사, 기획실, 상업사진, 교육자 등 다양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그룹을 형성했던 것으로 완성도 있는 전시와 출판물을 만들어 왔다. 이런 개성을 바탕으로 10년 이상 운영하며 지구력도 함께 보여주었다. 실버포토 회원들은 1990년대 폭발적인 사진 대중화 시기에 맞추어 사진학과 교수, 평생교육원 강사, 동아리의 지도위원 등 사진 리더를 맡으며 여러 계층에 이론을 전파하며 시대적 사명을 감당했다.

이번 실버포토를 조명하며 현재까지 왕성하게 사진 활동을 하고 있는 문상욱, 이정호, 박광수 작가를 비롯 창립멤버로 일찍 생을 마감한 조영상 작가 4명의 당시 작품을 복원해 출판과 전시로 연구하고자 한다.

국가적 경제발전에 눈부신 활약에 비해 여전히 한국 그리고 충북은 문화와 예술에서 나아갈 여지들이 많다. 그럼에도 제도권 밖에서 묵묵히 소명을 가지고 활약해 준 4명의 사진가와 여러 당대 사진가에게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이번 기획에 뜻을 함께해 준 황희순, 심명희, 이경순 사진가의 사려 깊은 노력에도 감사드린다. 모두 충북을 대표하는 작가들로 드러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