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동 아카이브, 김인숙

흑백텔레비전 시절 미군 부대에 근무하시던 아버지는 신기한 물건들을 한 번씩 가져오시곤 했다. 딱딱하고 동그란 하드 지에 칼라 필름이 360도로 있었고 망원경처럼 생긴 물건 중앙에 하든지를 꽂고 버튼을 딸깍딸깍 누르면 전 세계 유명 관광지 컬러사진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이곤 했다. 후에 알고 보니 3D 뷰 마스터였다. 딸깍딸깍~ 소리와 함께 그 사진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불혹의 나이에 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셔터 소리가 나는 순간 나를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로 돌려놓는 듯하다. 자연스레 2015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하게 되었다. 사진 촬영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져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김인숙의 ‘동네 한 바퀴’가 시작되었다. 막연하게 특별한 날 특별한 곳을 가지 않아도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툭툭 담고 싶단 생각에 후엔 카메라도 라이카 Q를 구매하면서 28밀리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게 되었다.

2016년에 사진 모임에서 아산시 모종동(일명 해방촌)의 재개발 지역을 처음으로 아카이빙하기 시작했다. 모종동 마을 입구에 ‘사거리 슈퍼’에 서면 골목골목마다 할머님, 할아버지들이 두런두런 앉아 계셔서 동네에 들어서면서 그날그날의 뉴스거리를 미리 듣곤 했었습니다. 삼각대를 세우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나와 측량을 나왔냐며, 재개발이 야기를 꺼내시곤 하시며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 이야기를 한창 하곤 하셨습니다.
금호 어울림 아이 퍼스트가 그때의 기억을 다 묻어 버리고 우뚝 서 있지만,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급변하는 이 도시를 하나라도 더 담아내고 추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경주시, 공주시, 여수시, 태백시, 청주시 등을 아카이브 해보니 다시금 내 지역에 애향심을 가지고 좀 더 진지한 태도로 담아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하는 포부가 생겼다.

‘축소도시 프로젝트’와 청주에서 ‘도시 기억 아카이브’로활동 이런 경험을 확장해 올봄 ‘모멘트’라는 아산 사진 아카이빙 단체 만들어 같은 생각 품은 사진가들과 ‘도고온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그러다 보니 미학적 기록이 예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 해보았다. 2016년부터 차근차근 모아온 아산시 사진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 전시를 준비해 본다.